술에 취해 잠든 피해자를 만진 사건에서, 법원은 언제 피해자를 항거불능·심신상실 상태로 보고 준강제추행을 인정할까요? 서울남부지방법원 2017노1001 항소심 판결을 중심으로 항거불능 기준과 공중밀집장소추행죄와의 경계를 정리합니다.
1. 항거불능·심신상실 상태가 왜 중요한가?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가 어느 정도 상태였는지는 죄명과 형량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피해자가 술에 취해 깊이 잠들어 있었다면, 현실을 인식하고 저항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을 수 있고, 이는 준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항거불능·심신상실 상태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상대가 싫어하지는 않는 줄 알았다”, “장난이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법원은 피해자가 실제로 반항할 수 있었는지,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이 기준에 따라 같은 장소, 비슷한 행동이라도 공중밀집장소추행죄로 그칠지, 더 무거운 준강제추행죄가 될지가 갈립니다.
2. 사건 개요: 여러 건의 성범죄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피고인의 항소
서울남부지방법원 2017노1001 사건에서 피고인은 여러 건의 성범죄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 중 일부는 준강제추행, 일부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비밀준수 의무 위반 등에 해당하는 범행이었습니다.
피고인은 항소심에서 두 가지를 주장했습니다. 첫째, 준강제추행의 피해자들은 각 범행 당시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고, 해당 범행들은 성폭력처벌법상 공중밀집장소추행죄로 보아야 한다는 점. 둘째, 징역 1년 6개월이라는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점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이 주장들을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3. 항거불능·심신상실 기준에 대한 항소심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먼저 형법 제299조에서 말하는 항거불능 상태의 의미를 짚었습니다.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여, 항거불능 상태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인해 심리적·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포함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1심에서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이 사건 각 준강제추행 범행 당시 피해자들이 잠에 들어 반항이 현저히 곤란한 상태였다고 인정했습니다. 다시 말해, 피해자들이 의식은 희미하거나 없는 상태로 잠들어 있었고, 피고인의 신체 접촉에 대해 즉각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본 것입니다. 이러한 상태는 형법상 항거불능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공중밀집장소추행죄 vs 준강제추행죄, 죄명 경계는?
피고인은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죄를 주장하면서, 준강제추행이 아닌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의율되어야 한다고 다투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은, 공중이 밀집한 장소에서의 행위라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행위를 한 경우에는 준강제추행죄로 의율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죄명 선택에서 중요한 것은 장소가 어디냐가 아니라 피해자의 상태가 어떠했는지입니다.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의 성적 접촉이라면 공중밀집장소추행죄가 문제 될 수 있지만, 그 상황에서 피해자가 잠들어 있거나 사실상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였다면, 준강제추행으로 더 중하게 평가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5. 항소심의 결론: 사실오인·법리오해·양형부당 주장 모두 기각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의 사실오인·법리오해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들이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다는 주장은, 증거들에 비추어 볼 때 설득력이 없다고 보았고, 공중밀집장소추행죄로만 의율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공중밀집장소에서도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경우 준강제추행죄로 기소한 것에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주장한 양형부당에 대해서도, 원심이 양형의 이유로 든 사정들 및 기록·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을 종합해 보면 징역 1년 6개월의 형이 너무 무겁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항소심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형량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6. 이 판례가 시사하는 점: 실무에서의 기준 정리
이 항소심 판결은 잠든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준강제추행 사건에서 어디까지를 항거불능·심신상실 상태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다시 한 번 정리해 줍니다. 단순히 피해자가 피곤해 보였다거나 술을 마셨다는 정도를 넘어서, 실제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였는지가 중요합니다.
또한 공중이 밀집한 장소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해서 모두 공중밀집장소추행죄로만 처리되는 것이 아니라, 그 중 일부는 피해자의 상태에 따라 준강제추행으로 중하게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실무에서는 사건의 장소, 시간, 피해자의 음주 정도와 수면 상태, 피고인의 행위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죄명을 선택하고 양형을 결정하게 됩니다.
7. 자주 묻는 질문(FAQ)
Q1. 항거불능 상태와 단순한 취기는 어떻게 구별되나요?
항거불능 상태는 단순히 술에 취해 기분이 좋아진 정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깊이 잠들어 있거나,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정도라면 항거불능 또는 심신상실에 가까운 상태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반면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하고, 불쾌감을 표현하거나 자리를 피할 수 있는 상태라면 항거불능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Q2. 공중밀집장소추행죄와 준강제추행죄 중 어느 쪽이 더 무겁나요?
일반적으로 준강제추행죄가 공중밀집장소추행죄보다 형량이 더 무겁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죄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타인의 신체를 만지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고, 준강제추행죄는 피해자의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추행을 처벌합니다. 피해자의 상태를 이용한 범행이 더 중하게 평가되기 때문에, 동일한 상황이라도 어떤 죄명으로 의율되는지에 따라 형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Q3. 항소를 하면 형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가요?
항소를 한다고 해서 형량이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항소심은 원심 판결에 명백한 사실오인, 법리오해, 또는 양형부당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은 항거불능 상태 판단과 죄명 선택, 형량이 너무 무겁다는 점을 모두 다투었지만, 항소심은 원심 판결에 중대한 잘못이 없다고 보아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Q4.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있었지만,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있었다고 해서 무조건 항거불능 상태로 보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취해 있었는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지, 거부 의사를 표현할 수 있었는지 등이 종합적으로 판단됩니다. 피해자가 의식을 가지고 거부 의사를 밝히거나 자리를 피할 수 있는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심신상실 상태보다는 일반적인 강제추행 또는 공중밀집장소추행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Q5. 이런 사건에서 피고인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피고인 입장에서는 사건 당시 상황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를 최대한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함께 있었던 사람들의 진술, CCTV, 메시지 내용, 음주량과 시간대 등은 피해자의 상태와 피고인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항소까지 고려하는 상황이라면, 1심·항소심이 어떤 기준으로 항거불능·심신상실 상태를 판단하는지, 공중밀집장소추행죄와 준강제추행죄를 어떻게 나누는지에 대한 판례를 이해하고 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8. 참고한 판례
- 서울남부지방법원 2017노1001 – 항거불능·심신상실 기준과 준강제추행 vs 공중밀집장소추행 죄명 선택을 다룬 항소심 판결
- 형법 제299조
- 형법 제297조(강간), 제297조의2(유사강간), 제298조(강제추행), 제299조(준강간·준강제추행)
- 대법원 및 각급 법원의 준강제추행 관련 판례
- 해바라기센터, 성폭력상담소 등 공적 지원 기관 안내 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