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 임대인이나 관리인이 도어락 마스터 키 또는 비밀번호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관리 목적을 넘어서 세입자의 동의 없이 집 안까지 들어가면, 단순한 관리 행위를 넘어 주거침입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임대인이 마스터 비밀번호로 세입자 집 안에 들어간 뒤 등을 쓰다듬은 사건에서 법원이 어떻게 주거침입강제추행을 인정했고, 왜 실형이 선고되었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임대인과 세입자 사이,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나요?
이 사건의 피고인은 피해자가 거주하는 원룸의 임대인이었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은 임대인과 세입자 사이의 관리 목적으로 피해자를 처음 대면했고, 그 과정에서 건물 도어락의 마스터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습니다. 같은 날 밤 피고인은 피해자의 동의나 호출 없이 피해자의 원룸에 찾아갔습니다.
피고인은 현관문이 잠겨 있는 상태에서 사전에 알고 있던 마스터 비밀번호를 입력해 도어락을 해제한 뒤, 피해자의 집 안으로 들어가 방문 앞까지 이동했습니다. 피고인이 들어오는 소리에 놀란 피해자는 방에서 나와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피고인은 “부탁할 게 있어서 왔다”고 말하며 피해자의 등 부위를 손으로 쓰다듬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갑작스럽고 불쾌한 신체 접촉으로 인해 놀라고 두려움을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은 왜 주거침입과 강제추행을 모두 인정했을까요?
먼저 주거침입 부분에서, 법원은 세입자의 주거는 세입자의 허락과 의사에 따라 출입이 결정되는 공간이라는 점을 전제로 했습니다. 임대인이 건물 관리 목적으로 마스터 비밀번호를 알고 있더라도, 세입자의 동의 없이 밤 시간에 스스로 도어락을 열고 집 안에 들어간다면, 이는 세입자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의 평온을 침해하는 행위로 보아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도어락을 해제하고 내부로 들어간 이상, 임대인이라는 지위를 이유로 예외를 인정하긴 어렵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강제추행에 관해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등을 손으로 쓰다듬은 접촉의 정도 자체는 비교적 짧고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사건이 발생한 시간대(야간), 장소(피해자의 집 안), 관계(임대인과 20대 여성 세입자), 피고인의 접근 경위(동의 없는 침입)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행위는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유형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은 법정에서 “부탁하려고 가볍게 친근감을 표시한 것뿐”이라며 강제추행을 부인했지만, 법원은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과 사건 전후 정황을 근거로 피고인의 변명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형량과 양형 포인트: 왜 징역 6월이 선고되었나요?
울산지방법원은 피고인에게 징역 6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3년 취업제한을 명했습니다. 법원은 양형 이유에서 다음과 같은 사정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 피고인이 야간에 마스터 비밀번호를 이용해 세입자의 주거에 침입한 점에서 범행 시각·장소·방법에 비추어 죄질이 불량하다는 점
- 피고인이 주거침입 부분은 자백하면서도, 강제추행 부분에 대해서는 주변 상황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하며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점
- 피해자가 사건 이후 상당한 정신적 고통과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고, 피고인으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한 상태라는 점
한편, 피고인이 초범인지 여부, 나이와 생활환경, 범행 후 일부라도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는지 등의 사정도 함께 참작되었지만, 위와 같은 불리한 요소들을 고려하여 결국 징역형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성폭력 사건에서 신체 접촉의 정도만으로 가볍게 볼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주거와 안전감이 얼마나 침해되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임대인·관리인 입장에서 주의해야 할 실무 포인트
이 사건은 임대인이나 건물 관리인이 “관리 목적”을 이유로 세입자의 집 안에 출입할 때 어떤 선을 지켜야 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관리·점검이 필요하더라도, 세입자의 사전 동의와 약속된 시간,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출입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특히 야간이나 세입자가 혼자 있는 시간에, 미리 연락하거나 허락을 받지 않고 비밀번호를 이용해 들어가는 행위는 형사적으로 매우 위험합니다.
또한 피고인의 주장처럼 “친해지기 위해 가볍게 등을 토닥였다”는 정도의 접촉이라도, 세입자의 입장에서는 심각한 위협과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법원도 관계와 상황을 함께 보면서 강제추행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본인의 의도만으로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실제 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도어락 출입 기록, CCTV, 문자·전화 내역, 이전의 출입 관행 등도 함께 검토되므로, 평소 출입과 관련된 기준을 명확히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비슷한 상황에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면, “관리 목적이었다”는 주장만 반복하기보다는, 당시 동선과 출입 경위, 세입자의 반응, 이후 대응 등을 차분히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동시에 세입자와의 관계 회복 가능성, 피해 회복 노력,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준비하는 것도 양형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이라면 혼자서만 판단하기보다, 실제 판례와 수사·재판 실무를 알고 있는 변호사와 상담해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사건 초기에는 어떤 진술을 하는지, 피해자와의 연락·합의는 어떻게 시도해야 하는지, 추가적인 오해를 부르는 행동은 무엇인지 등에서 작은 선택 하나가 결과에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성범죄 사건은 신상정보등록, 취업제한, 치료프로그램 이수 등 부수처분까지 연결되므로, 초기에 정확한 법적 조언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FAQ)
임대인이 관리 목적으로 알고 있던 비밀번호로 세입자 집 안에 들어간 경우에도 주거침입이 되나요?
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처럼 임대인이 관리용 마스터 비밀번호를 이용해 세입자의 동의 없이 집 안까지 들어간 경우, 세입자의 의사에 반해 주거의 평온을 해친 것으로 보아 주거침입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건물 전체의 출입문을 열어주는 수준을 넘어, 개별 세대 내부까지 들어가는 경우에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성관계나 노골적인 신체 접촉이 없더라도 강제추행으로 처벌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강제추행은 반드시 성기나 가슴 등 특정 부위를 만져야만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사건이 발생한 시간·장소,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피해자의 입장에서 느낀 공포·수치심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등을 쓰다듬은 정도의 접촉이었지만, 야간에 세입자의 집 안으로 무단 침입한 뒤 이루어진 행위라는 점을 고려하여 강제추행이 인정되었습니다.
참고자료
- 울산지방법원 2025. 5. 16. 선고 2024고단1568 판결
- 형법 제319조 제1항(주거침입)
- 형법 제298조(강제추행)
- 준강제추행
- 형법 제297조(강간), 제297조의2(유사강간), 제298조(강제추행), 제299조(준강간·준강제추행)
- 대법원 및 각급 법원의 준강제추행 관련 판례
- 해바라기센터, 성폭력상담소 등 공적 지원 기관 안내 자료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이 글은 위 판결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해설이며, 글의 요약·각색 과정에서 일부 사실관계가 단순화·압축되어 실제 사건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반드시 개별 상담을 통해 판단을 받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