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폭행 항소심, 1차는 무죄·2차는 유죄… 항거불능·동의 판단 기준

“첫 번째는 합의, 두 번째는 강간”…서울고법 “같은 당사자라도 성관계마다 평가 달라질 수 있다”

뉴스=서울고등법원 제4-1형사부는 2026년 2월 11일, 미성년자 지인을 강간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의 징역 2년 6개월 판결을 유지하고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두 차례에 걸친 성관계 중 첫 번째는 강간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면서도, 두 번째 성관계에 대해서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강간)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어디까지를 동의로 보고 어디부터 폭행·협박에 의한 강간으로 본 것인지 판결 이유를 짚어봤다.

사건 개요 – 두 번의 성관계, 결과는 달랐다

피고인 A는 피해자와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2020년 10월 중순경(1차 성관계)과 그달 말경(2차 성관계), A씨의 집에서 두 차례 성관계를 한 사실이 문제 됐다.

피해자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A씨가 자신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고 진술했다. 2차 성관계 이후에는 공통 지인인 B에게도 강간 피해 사실을 알렸고, 이 이야기를 들은 B가 A씨를 불러 폭행하고 옷을 벗긴 채 사과를 강요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검찰은 두 차례 성관계 모두에 대해 아청법 위반(강간) 혐의로 기소했다. 1심 법원은 첫 번째 성관계는 강간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보고, 두 번째 성관계는 강간으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신상정보 등록을 선고하면서 공개·고지명령은 면제했다.

두 번째 성관계는 왜 강간으로 인정됐나

항소심에서 A씨는 두 번째 성관계 당시 “피해자의 담배를 빼앗았을 뿐 폭행·협박은 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싫다고 하는 상황은 아니었고 강간의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두 번째 성관계에 대해 강간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핵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전후 정황이었다.

피해자는 서울피해자통합지원센터에서의 진술부터 1심 법정,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두 번째 성관계의 주요 부분에 관해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피해자 진술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가 전화를 끊자마자 방 안으로 들어와 주짓수를 하자고 제안했고, 피해자가 이를 거절했음에도 피해자를 위에서 누르며 손목을 잡고 강제로 입을 맞추고 몸을 만지는 등 유형력을 행사한 상태에서 성관계를 했다.

두 번째 성관계 이후 피해자가 지인들에게 강간 피해를 호소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B가 A씨를 불러내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폭행하고 사과를 강요한 점도 고려됐다. A씨가 그 과정에서 강간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기보다는, 사건 이후 피해자에게 거듭 사과 메시지를 보내고 선처를 구한 정황 역시 재판부가 주목한 부분이었다.

A씨는 두 번째 성관계 도중 피해자를 자신의 몸 위로 올려 자세를 바꾸었다는 점을 들어 “강간이었다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강간이 이미 기수에 이른 이후의 사정으로 보았다. 피해자가 그 순간 곧바로 몸을 일으켜 바지를 입고 집을 나간 점 등을 감안할 때, 강간의 고의가 부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첫 번째 성관계는 왜 강간으로 보지 않았나

검찰은 첫 번째 성관계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원치 않았고, A씨가 손목을 누르는 등의 행위를 한 이상 강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첫 번째 성관계에 대해서는 강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피해자가 두 번째 성관계와 달리 첫 번째 성관계에 관해서는 당시 상황과 A씨의 행동, 자신의 반응을 다소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진술했고,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반복한 점이 우선 문제 됐다.

기록상 첫 번째 성관계 당시 A씨가 피해자의 왼쪽 손목을 누르는 정도의 유형력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피해자가 원심 법정에서 “첫 번째 때는 폭력을 쓰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도 같은 맥락에서 고려됐다.

첫 번째 성관계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가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 역시 강압적 성관계에 대한 항의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나중에 피해자가 A씨에게 “첫 번째는 합의하에였다고, 두 번째는 아니잖아요”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점도 재판부는 주목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재판부는 첫 번째 성관계에 대해서는 A씨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을 행사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1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양쪽 항소 모두 기각…형량·공개·고지 판단도 그대로

A씨는 두 번째 성관계 유죄와 형량이 무겁다는 점을, 검사는 첫 번째 성관계 무죄와 형량이 가볍다는 점, 공개·고지명령 면제가 부당하다는 점을 각각 주장하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적법하게 조사된 증거와 항소심에서 추가로 조사된 증거를 종합해 볼 때, 1심의 사실인정과 법적 평가가 명백하게 잘못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판중심주의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원칙에 따라 1심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평가한 결론을 존중한 것이다.

양형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A씨가 범행 당시 미성년자였고 이전에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 사건 이후 피해자의 지인 B로부터 심한 폭행을 당해 오른손에 중한 상해를 입고 후유증이 남아 있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다만 미성년자인 피해자가 강간 피해를 입었음에도 A씨가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은 점 등은 불리한 요소로 보았다.

재판부는 징역 2년 6개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신상정보 등록이라는 1심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아울러 A씨에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징역형·이수명령·신상정보 등록만으로도 일정 부분 재범 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을 면제한 1심 판단도 유지했다.

실무적으로 무엇을 봐야 할까

이번 판결은 같은 사람 사이에서 시기적으로 가까운 두 번의 성관계가 있었음에도, 법원이 각각에 대해 강간 인정 여부를 다르게 본 사례다. 단순히 “한 번 했다면 두 번째도 강간” 또는 “지인 관계라서 모두 강간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판단하지 않고, 시기별·상황별로 구체적인 폭행·협박, 동의 여부와 항거 가능성을 나누어 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무에서는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 전후 정황과의 부합 여부, 피고인이 행사한 폭행·협박의 정도와 태양, 사건 직후 피해자의 반응과 피고인의 태도, 각 성관계 전후의 메시지 내용과 관계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미성년자 상대 성범죄 사건, 특히 지인·선후배·동호인 관계에서 발생한 성관계 사건은 사실관계가 복잡하고 각 성관계마다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피의자 입장에서는 사건 초기부터 문자·메신저·통화 기록 등 객관적인 자료를 빠짐없이 정리하고, 각 시점별 상황을 명확히 구분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자 입장에서도 자신의 경험을 가능한 한 빨리,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고 신뢰할 수 있는 주변인과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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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6. 2. 11. 선고 2025노1749 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2고합25 판결(원심)

참고자료

  • 준강제추행
  • 형법 제297조(강간), 제297조의2(유사강간), 제298조(강제추행), 제299조(준강간·준강제추행)
  • 대법원 및 각급 법원의 준강제추행 관련 판례
  • 해바라기센터, 성폭력상담소 등 공적 지원 기관 안내 자료
  • 형법 제297조(강간), 제297조의2(유사강간), 제298조(강제추행), 제299조(준강간·준강제추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