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 성추행 인정이 될까? 성립 조건, 인정 기준

1. 부부 사이에서 준강제추행이 인정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부부 사이에 이루어지는 성적 접촉은, 다른 사람들 사이의 접촉과 달리 평소 관계, 성생활, 갈등의 경위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배우자가 상대방의 몸을 잡거나 다리를 들어 올리는 행동을 했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형법 제299조 준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이번에 살펴볼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2. 18. 선고 2025노477 판결은, 부부 사이에서 이루어진 성적 접촉에 대해 준강제추행과 그 미수가 문제된 사건에서, 항소심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추행” 여부를 판단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검사는 피해자가 잠과 약물의 영향으로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하며 준강제추행(또는 그 미수)을 인정해 달라고 했고, 피고인과 검사는 각각 폭행죄 유무와 양형을 다투었습니다.

2. 사건 개요: 외도를 의심한 남편의 행위와 폭행

피고인과 피해자는 2011년경 혼인신고를 한 부부입니다. 피고인은 2021년경 피해자의 휴대전화에서 다른 남성과의 부적절한 메시지를 발견하고, 피해자가 부정행위를 하고 있다는 의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이후 부부 관계는 악화되었고, 잦은 다툼과 감정적 충돌이 이어졌습니다.

검사가 주장한 준강제추행 부분의 공소사실은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2022년 1월 15일 새벽, 피고인은 부부의 주거지 안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피해자의 다리를 잡고 들어 올려 양쪽 다리가 벌어지도록 한 다음, 피해자의 원피스 잠옷 아랫부분을 손으로 잡아 올리고 휴대전화 손전등으로 피해자의 성기 부위를 비추면서 얼굴을 그 안으로 가까이 들이밀었다는 것입니다. 검사는 피해자가 잠과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으므로,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심신상실 상태를 이용한 준강제추행 또는 그 미수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한편, 별도의 일자(2022년 4월 8일)에는 부부가 현관문 근처에서 다투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현관문 쪽으로 밀어 부딪히게 하고, 피해자의 얼굴 옆의 현관문을 주먹으로 세게 치는 등의 폭행을 했다는 사실도 함께 공소제기되었습니다. 1심은 준강제추행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 폭행 부분에 대해서는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고, 피고인과 검사 모두 항소했습니다.

3. 준강제추행·미수 부분: 항거불능 상태와 추행의 위법성 판단

항소심 법원은 먼저 준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항거불능’ 상태의 의미를 짚었습니다. 대법원 판례(2018도9781 등)에 따르면, 항거불능 상태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말합니다. 다만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의 영향으로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가 당시 그러한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피해자는 수면제 성분이 포함된 약을 복용하고 아이를 재우다 잠들었지만, 아직 씻지 않은 상태였고 렌즈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피고인이 휴대전화 손전등을 켜고 안방에 들어왔을 때 잠에서 깨어 피고인을 인지했던 점 등이 인정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피해자가 완전히 성적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법원은 준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은 성적 자기결정권이며, 행위가 강제추행죄로 처벌받을 정도의 위법성을 가졌는지 규범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부부 사이 성적 접촉은 평소 성행, 관계, 전후 사정에 따라 태양이나 특성이 다양하므로, 부부간 성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당사자 일방의 행위가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렀는지 신중히 따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잠옷을 들어 올리고 허벅지를 민 뒤, 휴대전화 손전등으로 피해자의 성기 부위를 비추며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 것이지만, 부부 관계의 경과, 갈등의 배경, 피해자의 진술 내용 등을 종합했을 때 강제추행죄·준강제추행죄로 처벌할 정도의 위법성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준강제추행 및 그 미수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유지했습니다.

4. 폭행 부분: 현관문 앞 밀침과 주먹질의 유죄 유지

반면 폭행 부분에 대해서는 1심 유죄 판단이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피고인은 폭행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주먹으로 현관문을 친 것 외에는 피해자의 어깨를 밀어 현관문에 부딪히게 한 사실이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대화, 112 신고 내용, 상담 기록,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피해자를 현관문 쪽으로 밀어 부딪히게 하고, 피해자 얼굴 바로 옆의 현관문을 주먹으로 세게 치는 등의 유형력을 행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의 일부 진술은 자신의 책임을 감경하려는 취지로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폭행죄 유죄를 인정한 1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폭행의 정도는 비교적 경미한 편이지만,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고, 현재 이혼소송이 진행 중이며, 피해자가 폭행으로 인한 공포와 불안을 호소하며 112에 신고한 점 등을 감안하여 벌금 100만 원의 형이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5. 부부 사이 성범죄 혐의에서 이 판례가 주는 시사점

이 판례는 부부 사이 성적 접촉에 대해 준강제추행 또는 그 미수 혐의가 제기된 사건에서 어디까지를 형사처벌 대상인 “추행”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다리를 들어 올리거나 잠옷을 들추는 행위 자체만으로 무조건 준강제추행이 되는 것은 아니고, 당사자 관계의 경과, 갈등의 정도, 피해자의 상태, 행위 태양, 이후 대응 등을 종합적으로 보아 성적 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지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도 폭행 부분은 유죄로 인정되었고, 부부간 갈등 과정에서의 폭언·폭행은 별도의 형사처벌 대상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즉, 준강제추행은 무죄라도 폭행으로 처벌될 수 있고, 이혼소송과 병행되어 가정 전체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6. 자주 묻는 질문(FAQ)

Q1. 부부 사이 성적 접촉도 준강제추행이 될 수 있나요?

네. 부부라고 해서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성적 행위를 강요하면, 강간이나 준강제추행 등 성범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부부관계의 특성상, 평소 성생활과 갈등의 경과, 당시 상황 등을 종합하여 그 행위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지 신중하게 판단합니다. 단순한 스킨십이나 장난 수준인지, 아니면 상대방을 압도하여 거부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수준인지가 핵심입니다.

Q2. 잠든 배우자의 몸을 만진 경우 언제 준강제추행이 되나요?

잠든 배우자의 몸을 만진 행위가 준강제추행이 되는지는 피해자의 상태, 행위의 태양, 부부관계의 경과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약물·술의 영향으로 사실상 대응·조절능력이 없었다면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할 수 있고, 이 상태를 이용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수준의 행위를 하면 준강제추행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 판례처럼, 행위의 정도와 관계 경위 등을 종합했을 때 강제추행죄로 처벌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무죄가 선고될 수도 있습니다.

Q3. 부부 사이 폭행은 어느 정도부터 형사처벌 대상이 되나요?

밀치거나 벽을 치는 등의 행위라도, 피해자가 공포와 불안을 느끼고 신체에 충격을 받았다면 폭행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은 현관문을 주먹으로 치는 등 행동을 했고, 피해자는 극심한 공포를 느껴 112 신고와 상담까지 이어졌습니다. 부부 사이 다툼이라고 해서 폭행이 정당화되지는 않으며, 반복되거나 심각한 양태를 보일 경우 형사처벌과 이혼 사유 모두가 될 수 있습니다.

Q4. 이런 사건에서 준강제추행이 무죄가 나왔다고 해서 안심해도 되나요?

이 판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관계 경과를 바탕으로 준강제추행·미수 부분에 대해 무죄를 유지한 것이지, 부부 사이 성적 접촉이 넓게 허용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상황이 조금만 달라도(피해자의 상태, 행위의 강도, 전후 상황 등) 준강제추행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면, 판례 몇 개만 보고 혼자 판단하기보다는 전문 변호사와 상담해 본인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진단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Q5. 부부 사이 성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부부 사이 성범죄 혐의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매우 민감하게 다루어지고, 이혼소송·양육권 분쟁과도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초기 진술 내용이 이후 재판까지 그대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혼자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진술하기보다는 사건 초기에 변호사와 상담하여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어떤 부분을 인정하고 어떤 부분을 다투어야 할지, 재범위험성·폭력성 평가에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7. 변호사가 필요한 경우

배우자로부터 갑자기 준강제추행이나 성범죄 혐의로 고소를 당했거나, 폭행·가정폭력과 함께 수사를 받게 된 경우, 혼자 “이 정도는 무죄 나올 거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특히 이혼과 양육권 분쟁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형사사건 결과가 민사·가사 사건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수사 단계 초기에 변호사와 상담하여, 부부 관계의 경과, 갈등의 원인, 사건 당시 구체적인 정황(술·약물 복용 여부, 피해자의 상태, 행위의 태양 등)을 정리하고, 진술 방향과 증거 확보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판례처럼 준강제추행이 무죄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유죄가 되는 판례들도 많기 때문에, 개별 사건에 맞는 방어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8. 참고 자료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2. 18. 선고 2025노477 판결
  • 형법 제299조 – 준강간, 준강제추행에 관한 규정
  • 형법 제297조(강간), 제297조의2(유사강간), 제298조(강제추행), 제299조(준강간·준강제추행)
  • 대법원 및 각급 법원의 준강제추행 관련 판례
  • 해바라기센터, 성폭력상담소 등 공적 지원 기관 안내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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