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건만남·스폰 대여금 사건 개요
피고 B는 2023년 3월경 트위터에 #스폰, #조건만남, #헬프, #슈가대디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급한 사정으로 구해봅니다. 목돈 차용 가능한 분 연락주세요. 이자 대신 만남 하려 합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원고 A는 위 게시글을 보고 B에게 연락해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B는 돈이 급하게 필요하다며, 서로 만나기 전에 먼저 금전적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메시지를 보냈고, A는 자신의 주식 계좌 자산 내역을 보내면서 “실제로 만나야 돈을 줄 수 있고, 선입금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후 2023년 8월 24일, A와 B는 처음 실제로 만나 성관계를 가졌고 같은 날 A는 B에게 총 2,910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송금은 200만 원과 2,710만 원을 나누어 이루어졌고, B는 “피고는 원고에게 일금 29,000,000원을 차용하였음을 확인합니다”라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해 A에게 교부했습니다.
2. 원고의 주장 – 대여금 2,910만 원을 돌려달라는 소송
A는 B를 상대로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주장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2,910만 원 중 10만 원은 그날 성관계 대가로 준 것이지만,
- 나머지 2,900만 원은 임대차보증금 및 이사비용 명목으로 순수한 대여금이다.
따라서 B는 차용증에 따라 대여금 2,910만 원(또는 최소 2,9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 원고의 입장이었습니다.
1심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고, A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3. 법원의 판단 – “조건만남 유지 조건의 스폰 대금, 불법원인급여”
항소심 법원은 먼저, 원고가 송금한 2,910만 원 중 10만 원을 제외한 2,900만 원이 금전소비대차계약에 기초한 대여금이라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즉, 형식상으로는 돈을 빌려주고 차용증을 작성한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대여금 계약의 목적과 동기였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했습니다.
- A는 조건만남·스폰을 제안하는 B의 트위터 글을 보고 연락했고, 첫 만남에서 성관계를 가진 직후 2,910만 원을 송금한 점.
- A는 이후에도 계속 B와 성관계를 하기 위해 만날 것을 요구했다가, B가 이에 응하지 않자 트위터에 “스폰 제의해서 목돈 받고 만나는 건 차일피일 미루는 수법으로 여러 명에게 사기 치는 년”이라는 글을 올린 점.
- 대화 초기부터 A는 “실제로 만나야 돈을 줄 수 있고, 선입금은 못 한다”며 성관계·만남을 전제로 한 금전 지원임을 분명히 한 점.
이러한 정황에 비추어 볼 때, 법원은 이 사건 소비대차계약이 단순한 생활비 대여가 아니라 지속적인 조건만남·스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성매매·성관계를 조건으로 체결된 계약이라고 보았습니다.
그 결과 이 대여금 계약은 민법 제103조가 정한 반사회질서 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고, 그에 기초해 교부된 돈은 민법 제746조가 말하는 불법원인급여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급부자는 법원에 “돌려 달라”고 청구할 수 없습니다. 즉, 스스로 사회질서에 반하는 원인으로 준 돈은 나중에 반환을 구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4. 불법원인급여와 조건만남·스폰 대여금의 기준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를 무효로 하고, 제746조는 그와 같은 불법원인을 위한 급부는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판례는, 계약 내용 자체가 음란하거나 폭력적이지 않더라도, 그 동기나 전제 조건이 반사회질서적이면 불법원인급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중시한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처음부터 “이자 대신 만남을 하겠다”, “실제로 만나야 돈을 준다”는 식으로 성관계 제공이 금전 지원의 전제로 설정된 점.
- 송금 시점과 성관계 시점이 같고, 이후에도 조건만남을 계속 이어가는 조건으로 금전이 오간 점.
- 원고 스스로도 SNS에 “스폰 제의해서 목돈 받고 만나는 건 미루는 수법으로 여러 명에게 사기 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돈이 조건만남 용도였음을 전제한 점.
즉, 단순히 “만남을 조건으로 소개받은 사이에서 나중에 돈을 빌려준 것”이 아니라 성관계·조건만남을 계속 이어가기 위한 대가로 볼 수 있는 요소들이 명확했기 때문에, 대여금 전체가 불법원인급여로 취급된 것입니다.
5. 실무 포인트 – 조건만남·스폰과 금전거래
조건만남·스폰 관계에서 금전이 오갈 때, 그 돈이 나중에 대여금으로 인정될지, 불법원인급여로 막힐지는 다음과 같은 요소에 따라 달라집니다.
- 처음 대화에서 성관계 제공이 금전 지원의 전제로 명시되었는지.
- 실제 성관계 시점과 송금 시점이 어떻게 맞물리는지.
- 차용증의 형식과 별개로, 문자·SNS·카톡 등의 대화 내용에서 스스로 돈의 목적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 언제까지, 어떤 조건으로 만남을 이어가기로 했는지 등.
조건만남 상대에게 목돈을 건넨 뒤 다툼이 생기면, 상대방은 “성관계 대가로 받은 돈”이라고 주장하고, 돈을 준 사람은 “생활비·보증금·이사비 명목으로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처럼 판결문에 “조건만남을 계속 이어가는 것을 조건으로 교부되었음을 전제하고 있다”고 적힐 정도로 문맥이 쌓이면, 결국 전체 금액이 성관계 전제를 둔 불법원인급여로 묶여 버릴 수 있습니다.
6. 자주 묻는 질문(FAQ)
Q1. 조건만남 상대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차용증이 있으면 무조건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차용증이 있다고 해서 항상 대여금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차용증이 형식상 대여를 나타내더라도, 그 돈이 성매매나 조건만남 유지 자체를 위한 대가라는 점이 대화 내용, 행동 양태 등에서 드러난다면 불법원인급여로 취급돼 반환 청구가 막힐 수 있습니다.
Q2. 한 번만 만났고, 이후에는 연락도 하지 않았는데도 불법원인급여가 될 수 있나요?
A. 가능성은 사안마다 다릅니다.
이 사건은 “조건만남을 계속 이어가기 위한 스폰 대금”이라는 정황이 여러 군데에서 확인되었기 때문에 불법원인급여로 본 것입니다. 단발적인 만남 이후 생활비를 도와준 경우라면,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대여금으로 볼 여지도 있습니다.
Q3.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면, 돈을 받은 쪽은 아무 책임이 없는 건가요?
A. 민사상 대여금 반환 청구는 막히지만, 형사상 사기 여부나 다른 책임이 문제될 수 있는지는 별도 판단입니다.
다만 법원은 통상 성매매·조건만남과 얽힌 금전거래에서 사기를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한 편이고, 스스로 사회질서에 반하는 관계를 전제로 한 급부는 위험 부담을 스스로 부담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Q4. 조건만남 상대가 돈을 받은 뒤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나요?
A. 처음부터 조건만남을 할 의사 없이 돈만 받을 생각이었다는 점이 입증돼야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조건만남·스폰 자체가 이미 법적으로 문제 소지가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형사 고소를 하더라도 기대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Q5. 조건만남·스폰 관련 금전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문자·SNS·메신저 대화, 송금 내역, 차용증·메모 등을 최대한 보존하고, 성관계·만남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돈이 오간 시점과 경위를 상세히 정리해야 합니다.
그 위에서 민사·형사 어느 방향으로 대응할지, 불법원인급여 리스크는 어느 정도인지 변호사와 함께 전략을 세우는 것이 안전합니다.
7. 참고 자료
- 수원지방법원 2025. 7. 23. 선고 2024나77211 판결.
-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 민법 제746조(불법원인급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