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하철에서 잠든 사람을 만진 사건, 어떤 죄명이 문제 되나
지하철이나 버스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서, 잠든 사람의 몸을 만진 사건이 발생했을 때 수사기관과 법원은 보통 두 가지 죄명을 놓고 고민합니다. 하나는 형법 제299조의 준강제추행, 다른 하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의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입니다. 두 죄명 모두 성추행을 다루지만, 구성요건과 처벌 수위, 보호법익이 서로 다릅니다.
이번에 살펴볼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 24. 선고 2018노3423 판결은,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잠든 피해자의 가슴을 만진 사건에서, 피고인이 “공중밀집장소추행에 해당하니 형이 더 가벼운 특례법 제11조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준강제추행죄를 유지한 사례입니다. 이 판례는 두 죄명의 구분 기준과, 공중밀집장소에서 잠든 피해자를 만진 경우 어떤 죄명이 적용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2. 사건 개요: 지하철 전동차에서 잠든 피해자의 가슴을 만진 피고인
이 사건 피고인은 과거에도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으로 징역 8월을 선고받는 등 유사한 전과가 여러 차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퇴근 시간대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피곤해 잠든 피해자를 보고, 피해자의 가슴을 손으로 만지는 방식으로 추행을 했습니다. 피해자는 전동차 내 좌석에 앉아 잠들어 있었고, 피고인은 그 틈을 이용해 피해자의 신체를 만졌습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를 형법 제299조의 준강제추행으로 보아,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80시간, 신상정보 공개·고지 3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관련 기관에 대한 3년간 취업제한명령을 부과했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항소를 제기했습니다.
3. 피고인의 항소이유: 공중밀집장소추행 적용 주장과 양형부당
피고인은 항소심에서 두 가지를 주장했습니다.
첫째, 이 사건 공소사실은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의 추행이므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에 규정된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죄만 성립하고, 형법 제299조 준강제추행죄로 의율한 것은 법리오해라는 점입니다.
둘째, 설령 준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하더라도 징역 1년 6월이라는 형이 너무 무거워서 양형부당이라는 주장입니다.
즉, 피고인 입장에서는 동일한 사실관계를 두고 죄명을 더 가벼운 공중밀집장소추행으로 바꾸어 형량을 줄여보려는 시도와, 이미 선고된 형이 지나치게 과중하다는 점을 함께 다투고 있었던 것입니다.
4. 준강제추행 vs 공중밀집장소추행: 법원이 구분한 기준
항소심 법원은 먼저 두 죄명의 구성요건과 입법 취지를 정리했습니다. 형법상 준강제추행죄는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추행을 처벌하는 규정으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반면, 특례법상 공중밀집장소추행죄는 대중교통수단, 공연장, 백화점, 지하상가 등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의 추행을 처벌하는 규정으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준강제추행, 공중밀집장소추행 형량 차이
- 준강제추행죄 :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
- 공중밀집장소추행죄 :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법원은 공중밀집장소추행죄가 폭행·협박이나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 이용이 없는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을 처벌하기 위해 신설된 규정이라고 보았습니다. 다시 말해, 기존의 강제추행죄나 준강제추행죄로는 처벌이 어려운 공중밀집장소 추행을 보완하기 위한 규정이지, 강제추행·준강제추행과 구성요건이나 불법성이 동일한 규정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단지 범행 장소가 공중밀집장소라는 이유만으로 특례법 제11조가 형법 제299조에 항상 우선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공중밀집장소에서 이루어진 행위라도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추행이라면 여전히 준강제추행죄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5. 이 사건에서 준강제추행이 인정된 이유
항소심 법원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을 검토한 결과, 이 사건 범행이 공중밀집장소인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벌어지기는 했지만, 피해자가 잠든 상태를 이용한 추행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피해자는 전동차 안에서 의자에 앉아 잠들어 있었고, 의식이 없는 사이에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슴을 만진 점에서, 피해자는 사실상 자신의 신체에 대한 침해를 인식하거나 저항하기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이러한 상태는 형법 제299조에서 말하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행위를 단순한 공중밀집장소추행으로 볼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준강제추행으로 보아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피고인이 주장한 대로 “이건 공중밀집장소추행에 불과하다”고 보아 법정형이 더 가벼운 특례법 제11조만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6.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법원의 판단
피고인은 징역 1년 6월이라는 형이 너무 무겁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로 법원은 피고인에게 이미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으로 징역 8월을 선고받은 전과를 비롯하여, 유사한 내용의 전과가 여러 차례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즉, 피고인은 공중밀집장소에서 잠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성추행을 반복해 온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이 사건 범행 역시 공중밀집장소인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피해자가 잠든 틈을 이용해 피해자의 가슴을 만진 것으로, 범행 장소·방법·추행 부위 등에 비추어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유리한 정상(반성 여부, 개인적 사정 등)을 모두 참작한다 하더라도 징역 1년 6월이라는 형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7. 변호사가 필요한 경우
지하철이나 버스 등 공중밀집장소에서의 행동이 문제 되어 수사기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거나, 이미 피의자·피고인 신분인 경우, 자신의 행동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특히 피해자가 잠들어 있거나 술에 취해 있는 상태였다면, 단순한 공중밀집장소추행이 아니라 준강제추행으로 평가되면서 처벌 수위가 크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사건 당시 상황(시간·장소·피해자 상태·접촉 부위·행위 경과)을 최대한 정확히 정리하고, CCTV, 객관적 증거, 당시 통화·메시지 내역 등을 확보한 뒤, 초기 단계에서 변호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변호사는 판례 기준에 비추어 예상되는 죄명과 형량 범위를 설명하고, 공중밀집장소추행과 준강제추행 중 어느 쪽에 가까운지, 재범위험성을 어떻게 낮게 평가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대응 전략을 함께 세울 수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잠든 사람을 만진 일이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전과와 결합해 실형 또는 장기간의 신상정보 공개·고지, 취업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초기 대응을 잘못하면 돌이키기 어려운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전문 변호사의 도움으로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방어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수입니다.
8. 참고 자료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 24. 선고 2018노3423 판결
-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
- 준강제추행
- 형법 제299조
- 형법 제297조(강간), 제297조의2(유사강간), 제298조(강제추행), 제299조(준강간·준강제추행)
- 대법원 및 각급 법원의 준강제추행 관련 판례
- 해바라기센터, 성폭력상담소 등 공적 지원 기관 안내 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