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 출근길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서 성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면, 대부분 “CCTV에 찍혀 있다는데 어떻게 빠져나가나” 라는 생각부터 드실 겁니다. 실제로 수사기관은 피해자의 진술과 CCTV 영상을 근거로 피의자를 특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CCTV 화면 속 인물이 곧바로 피의자와 동일인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키·상의와 하의 색상, 안경·마스크 착용 여부 등 인상착의가 다르거나, 여러 사람이 겹쳐 보이는 상황에서는 오인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이럴 때는 애초에 “그 사람이 나다”라는 점부터 끝까지 다투어야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16. 선고 2024고정785 판결, 즉 강남역-역삼역 구간 지하철 2호선 전동차 안에서 공중밀집장소추행 혐의를 받았던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된 사건을 바탕으로, 지하철 성추행 사건에서 CCTV 증거가 어떻게 평가되는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 증거 부족 무죄가 가능한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강남역-역삼역 지하철 2호선 성추행 사건, 공소사실은 무엇이었나요?
이 사건에서 검사는 피고인에게 다음과 같은 공중밀집장소추행 혐의를 제기했습니다.
피고인은 2023년 7월 어느 평일 오전 8시 35분경,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396에 있는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역삼역으로 운행하는 외선순환 전동차 안 복도에서, 앞에 서 있던 피해자 B(여, 24세)의 엉덩이 부위에 자신의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 사이의 손날 부분을 갖다대었다가 떼는 행위를 약 5분간 여러 차례 반복했다는 내용입니다.
검사는 이를 두고, 공중이 밀집한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피해자를 추행한 행위라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위반죄로 피고인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수사기관은 어떻게 피고인을 가해자로 특정했나요?
피해자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대체로 일관되게, 다음과 같이 진술했습니다.
- 가해자는 키 170cm 후반 내지 180cm 정도로 보였고, 연한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으며, 하의는 어두운 색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사기관은 먼저 역삼역 승강장 CCTV 영상에서, 피해자가 지목한 “연노란색 상의를 입은 남성”을 특정했습니다. 이 남성은 안경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고, 키와 상의 색상 등이 피해자 진술과 대체로 부합했습니다.
그 다음, 수사기관은 역삼역 하차 게이트 CCTV 영상에서 카드를 태그하고 나가는 또 다른 남성을 같은 사람이라고 전제했습니다. 그리고 교통카드 사용 내역을 조회해 이 하차자를 피고인으로 특정했습니다. 즉, 승강장 CCTV 속 연노란색 상의 남자 =하차 게이트 CCTV 속 카드 태그 남자 = 그 카드의 실제 소지자(피고인) 이라는 전제 하에 피고인을 가해자로 지목한 것입니다.
CCTV를 자세히 보니… 인상착의와 키가 달랐습니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CCTV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자세히 확인해 보니, 수사기관의 전제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판결문에는 [사진1]~[사진5]라는 캡처 화면이 등장하는데, 요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사진1]: 역삼역 승강장 CCTV에 찍힌, 연노란색 상의를 입은 남성
- [사진2], [사진3]: 역삼역 하차 게이트를 통과하는, 다른 색상의 상하의를 입은 남성
- [사진4], [사진5]: 다시 승강장 영상에서, [사진1]의 남성과 동일한 색상의 상하의를 입은 남성이 별도로 등장
법원은 이를 토대로, 승강장에서 연노란색 상의를 입고 서 있는 남성과, 하차 게이트를 통과하는 남성은 서로 다른 사람으로 보이고, 수사기관이 이 둘을 동일인으로 보고 피고인을 특정한 것은 오인 가능성이 크다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인과 변호인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피고인의 실제 키는 168cm 정도로, 피해자가 진술한 “170cm 후반~180cm” 범위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 점도 피고인을 CCTV 속 연노란색 상의 남성과 동일인으로 보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법원의 결론: 피고인이 가해자라는 증거가 부족하다 → 무죄
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 피해자의 진술과 CCTV 일부 장면만으로는, 피고인이 지하철 내에서 추행을 한 사람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 특히 승강장 CCTV 속 연노란색 상의 남성과, 하차 게이트 CCTV 속 남성이 서로 다른 사람으로 보이는 이상, 이 둘을 동일인이라고 전제한 수사기관의 피고인 특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 피고인의 키와 의복 색상 등도 피해자의 진술 및 연노란색 상의 남성과 일치하지 않는다.
결국 법원은,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범행을 했다는 점에 대해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의 증명이 없다고 보고,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비슷한 상황이라면 어떤 점을 따져봐야 할까요?
지하철·버스 등 공중밀집장소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는 경우, 다음과 같은 점들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 CCTV에 찍힌 인물과 본인의 인상착의가 실제로 일치하는지: 키, 상·하의 색상, 가방, 안경·마스크, 신발 등이 얼마나 비슷한지
- 여러 사람이 겹쳐서 찍혀 있지는 않은지: 비슷한 옷차림의 사람이 여러 명 있는 구간인지
- 피해자 진술과 본인의 외모·체격이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 당시 이동 동선과 교통카드·출입기록이 CCTV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위 사건처럼, 수사기관이 CCTV를 잘못 해석해 다른 사람을 피의자로 특정한 경우에는, 초기부터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투어야 합니다. 단순히 “실수로 스쳤다”는 식으로 인정하는 방향이 아니라, 아예 내가 그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정리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언제 변호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을까요?
공중밀집장소추행 혐의는 유죄가 나올 경우 벌금형·징역형뿐 아니라 신상정보등록, 취업제한, 공개·고지명령 등 생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지하철·버스 사건에서 “CCTV에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혐의를 인정해버리면, 나중에 무죄를 다투기 매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이라면 다음과 같은 시점에 변호사 상담을 고려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 경찰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은 단계
- 피해자 진술 요지가 어느 정도 파악된 단계
- CCTV 영상이 존재한다고 통보받은 단계
이른 시점에 사건 기록과 CCTV 영상을 면밀히 검토하고, 피고인 특정 과정에 오류가 없는지, 피해자 진술과 객관적 증거 사이에 모순은 없는지 등을 따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혼자서 대응하기보다는, 성범죄·공중장소 추행 사건을 다뤄본 변호사와 함께 전략을 세우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FAQ)
지하철 성추행 사건에서 피해자가 저를 가해자로 지목했고, CCTV도 있다고 합니다.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있나요?
피해자 진술과 CCTV가 있다고 해서 항상 유죄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처럼 CCTV 속 인물과 피고인의 키·의복·동선이 일치하지 않거나, 촬영 각도 때문에 여러 사람이 겹쳐 보이는 경우에는 동일성에 합리적 의심이 남을 수 있습니다. 핵심은 “CCTV에 나온 사람이 정말 나인가”와 “추행 행위가 명확히 촬영되었는가”입니다. 두 부분 모두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CCTV 인상착의가 조금 다를 뿐인데도, 무죄까지 가능할까요?
차이의 정도에 따라 다릅니다. 상·하의 색상, 키, 체형, 가방 유무, 안경·마스크 착용 여부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봅니다. 이 사건에서는 승강장 영상의 연노란색 상의 남성과, 하차 게이트 영상의 남성이 서로 다른 옷을 입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피고인의 키도 피해자가 진술한 가해자와 차이가 있어 무죄로 이어졌습니다. 즉, 단순한 착각 수준인지, 전혀 다른 사람일 가능성이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면, 피고인 특정 과정에 다소 오류가 있어도 유죄가 나오지 않나요?
형사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되려면, 피고인이 범행을 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더라도, 그 진술이 지목하는 가해자가 피고인이라는 점(동일성)에 의문이 있는 경우에는 증거 부족으로 무죄가 선고될 수 있습니다. 특히 CCTV 등의 객관적 증거가 피해자 진술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면, 그 의미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참고자료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16. 선고 2024고정785 판결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 무죄)
- 준강제추행
- 형법 제297조(강간), 제297조의2(유사강간), 제298조(강제추행), 제299조(준강간·준강제추행)
- 대법원 및 각급 법원의 준강제추행 관련 판례
- 해바라기센터, 성폭력상담소 등 공적 지원 기관 안내 자료
- 형법 제297조(강간), 제297조의2(유사강간), 제298조(강제추행), 제299조(준강간·준강제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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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위 판결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해설이며, 글의 요약·각색 과정에서 일부 사실관계가 단순화·압축되어 실제 사건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